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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줄거리, 초능력 가족, 배우 연기, 관전포인트)

by 쿠루룽 2026. 3. 7.

 

초능력자가 사랑 때문에 능력을 잃는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저는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을 처음 봤을 때 이 설정이 너무 황당해서 웃음부터 나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드라마를 다 보고 나니 이게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천우희와 장기용이 연기한 이 드라마는 초능력이라는 SF 설정을 빌려 과거의 트라우마와 싸우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초능력자 가족 복씨 집안

성형외과 상담실장 복동희는 117kg의 고도비만 체형으로 고객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합니다. 여기서 고도비만이란 체질량지수(BMI)가 35 이상인 경우를 말하는데, 단순히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상 위험 수준에 해당하는 상태입니다. 심지어 유니폼이 터지는 굴욕까지 겪으며 남자친구에게 해고당하고,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복동희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있었습니다. 바로 하늘을 나는 초능력자라는 것이죠. 그녀는 이 능력으로 과거 잘 나가는 슈퍼모델로 활동했지만, 현재는 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저는 이 설정을 보면서 처음엔 판타지극인가 싶었는데, 드라마를 보다 보니 초능력이 단순한 판타지 장치가 아니라 자신감의 은유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복씨 집안은 모두 초능력자 가족이었습니다. 엄마 복음은 로또 1등을 밥 먹듯이 하는 예지 능력자였고, 동생 복귀주는 타임워프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가족 모두 초능력을 잃어버리고 가세가 급격히 기울기 시작합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 드라마는 능력 상실이라는 설정을 통해 인생의 추락을 굉장히 절절하게 그려냈습니다.

13년 전 화재 현장, 복귀주(장기용)의 트라우마

복귀주는 과거의 상처로 인해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13년 전, 딸 보나가 태어나던 날, 그는 동료 정반장 대신 근무를 서지 못했고, 그날 대규모 화재로 수십 명의 여고생이 사망하며 정반장마저 순직하고 말았습니다.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복귀주는 수없이 과거로 돌아가 정반장을 구하려 했지만, 과거에 개입할 수 없는 능력의 한계 때문에 번번이 실패합니다. 여기서 PTSD란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후 나타나는 정신적 외상 반응을 의미하는데, 악몽, 회피 행동, 과도한 각성 상태 등의 증상이 특징입니다. 복귀주는 바로 이런 증상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집니다.

 

어느 날 복귀주의 능력이 폭주하여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반장이 죽던 그날로 계속 타임워프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직장을 잃고, 아내와 딸과의 관계마저 멀어집니다. 설상가상으로 아내가 죽던 날 타임워프 능력이 작동하지 않았고, 아내에게 다른 남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복귀주는 우울증에 걸려 능력을 영영 잃게 됩니다. 저는 배우 장기용이 연기한 이 무력감 넘치는 장면들에서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초능력 드라마인데 이렇게까지 현실적인 고통을 그릴 수 있다니 놀라웠습니다.

프로페셔널 꽃뱀 도다해와 운명적 만남

도다해는 사기 결혼으로 남자들의 전 재산을 털어 먹는 프로페셔널 사기꾼입니다. 백일홍 밑에서 아버지의 천문학적인 빚을 갚기 위해 사기를 치던 도다해의 새로운 타깃은 바로 복귀주였습니다. 그녀는 복씨 집안의 비밀, 즉 초능력에 대한 정보를 딸 보나에게 듣고 새로운 작전을 세웁니다. 하지만 상황은 꼬여만 갑니다. 결국 도다해는 구급차에 실려가게 되고, 복귀주는 그녀가 천애 고아이자 13년 전 화재 현장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생존자라는 기구한 사연을 듣게 됩니다. 저는 이 반전에서 소름이 돋았습니다. 단순히 사기꾼과 피해자의 관계가 아니라, 같은 트라우마를 공유하는 운명적 연결고리가 있었던 거죠.

 

복귀주는 도다해와 손을 잡았을 때, 그리고 그녀에게 꽃을 주었을 때 미래의 자신이 나타났고, 그 순간 능력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도다해에게만 타임워프 능력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복귀주는 도다해가 정말 자신의 구원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 설정이 처음엔 좀 억지스럽다고 느껴졌는데, 드라마를 보면서 '운명의 짝'이라는 복씨 집안의 전설이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존재라는 의미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화면 연출과 BGM, 그리고 아쉬운 흥행

제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화면의 색감과 화면 전환 기법이었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중첩되는 장면에서 시네마토그래피(영화적 촬영 기법)가 굉장히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여기서 시네마토그래피란 카메라 워크, 조명, 색감 등을 통해 영상미를 구현하는 기술을 말하는데, 이 드라마는 이 부분에서 정말 뛰어났습니다. BGM도 제 취향이라 극의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천우희와 장기용 배우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조연들의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기 때문에 반복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 부분이 지루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스토리상 필요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흥행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재밌어서 주변에 "이 드라마가 진짜 재밌다!"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당시에 다른 드라마에 비해 인기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2024년 기준 국내 OTT 시장에서 드라마 흥행 여부는 첫 주 시청률과 온라인 화제성에 크게 좌우되는데,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초반 화제성 확보에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출처: 콘텐츠진흥원).

 

주인공의 상처가 많이 드러나는 대사들과 장면, 배우들의 연기가 특히 인상적인 드라마였습니다. 초능력이라는 판타지 장르를 빌렸지만, 결국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했던 건 상처받은 사람들이 서로를 치유하며 다시 일어서는 과정이었습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 모두에게는 잃어버린 '초능력' 같은 게 있고, 그걸 되찾기 위해선 나를 이해해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의 시선으로 보는 이 드라마의 영상이 되게 아름답습니다. 음악과 영상이 잘 어우러져서 매우 추천합니다.


참고: https://youtu.be/C1lcWszTk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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